THE MOMENTS WE KEEP — 65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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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STORIES

ARGENTRIUM · STORY 16
낮은 테이블의 열린 상자에서 바닷가 사진 한 장을 꺼내 바라본다. 인물과 상자를 함께 보여주는 미디엄 샷.

1 / 3 · 좋았던 날을, 오늘 보이는 곳에.

상자 밖의 기억

좋았던 날을, 오늘 보이는 곳에.

버리려고 연 상자는 아니었다. 겨울옷을 넣을 자리를 만들다 보니, 안쪽에 밀려 있던 종이 상자를 꺼내야 했다. 뚜껑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맨 위 사진은 바다였다. 두 사람이 바람에 머리카락을 붙잡고 웃고 있었다. 어디였는지는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모래가 신발에 들어가서 한참을 털었던 일과, 돌아오는 길에 먹은 뜨거운 국수가 생각났다.

그녀는 사진을 창 쪽으로 기울였다. 귓가의 작은 루비에 오후 빛이 잠깐 닿았다. 사진 속 표정은 기억보다 훨씬 편안했다. 그날에도 걱정거리가 있었을 텐데, 웃는 동안만큼은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휴대폰에서 날짜를 찾아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정확한 연도 없이도 충분히 선명한 날이었다.

선반 아래 서랍에는 쓰지 않는 작은 액자가 있었다. 유리를 닦고 사진을 넣었다. 네 귀퉁이가 모두 들어가도록 뒷판을 맞추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았다.

책 두 권을 옆으로 밀고 액자를 세웠다. 방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지만, 현관 쪽에서 돌아보면 바다가 보였다. 그녀는 한 걸음 물러서서 웃었다.

남은 사진들은 다시 상자에 넣었다. 이번에는 맨 위에 빈자리 하나가 생겼다. 잃어버린 자리가 아니라 꺼내 둔 자리였다. 상자를 닫고도 그날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기록되는 금 · argent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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